[사설] 포괄임금제 악용 막을 필요 있지만 금지가 답은 아니다

입력 2023-08-17 17:48   수정 2023-08-18 06:45

포괄임금 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직군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는 등 되레 혼란만 부를 것이라는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합의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미리 정하는 임금체계다. 법적 제도는 아니지만 1992년 대법원에서 포괄임금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판례로 인정된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폐지 또는 제한하고,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업무 개시와 종료 시간 측정 및 기록을 의무화하는 야당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4건이나 발의돼 있다.

무엇보다 법원 판례와 노사 합의로 정착된 제도를 굳이 법으로 금지하려는 발상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제한적이고, 유효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장례지도사, 공항 수하물 용역업체 근로자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대기시간이 상당한 이들 직군의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포괄임금제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포괄임금 계약 금지는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 디지털 정보기술(IT)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엔 특정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근로가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도 일반화했다. 단순히 노동시간보다 창의성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시대에 근로시간 측정과 기록을 강제하는 것도 문제다. 근로자의 흡연, 커피 타임, SNS 이용 시간 등을 시시콜콜 따지기도 어렵다. 이로 인한 노사 갈등도 우려된다.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포괄임금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쏟아졌다.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는 노동계에서도 나왔다. 이 제도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무상 노동을 초래하는 게 아닌 만큼 폐지보다 오남용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입법 추진을 멈추고, 노사의 공통된 우려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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